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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노희찬 삼일방직 회장 "모든 문제의 해답은 현장에 있다"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1-08-25 조회수 : 179



매일신문 | 배포 2021-08-25 14:53:08 [지면 14P]


"세계 최초로 적외선 위장 가능한 난연 소재 전투복 개발"
40년 이상 혁신 이끌어온 한국 섬유산업 대표격 인물
자체 난연 브랜드 '네번' 출시…"본인이 주도권 쥐고 미래 직접 결정하길" 섬유업계 후배 위한 조언도


올해로 창립 40주년을 맞는 삼일방직은 찬란했던 국내 섬유산업의 부흥기부터 활약해 온 지역 대표 섬유기업
이다. 면방적 회사로 시작한 이곳은 70년대 섬유 코팅 기술을 거쳐 현재도 주력으로 삼고 있는 모달·텐셀 방적
사 개발에 성공하는 등 유의미한 족적을 남겼다.

삼일방직의 미래지향적 욕심은 끝이 없다. 최근엔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아라미드를 활용한 자체 난연 브랜
드 '네번'을 출시하고 세계 최초로 야간 위장성(NIR) 기능까지 갖춘 난연 전투복 개발을 앞두는 등 세계적 수
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삼일방직의 도전정신은 노희찬 회장의 일생과 궤를 같이한다. 한국 섬유산업에서 입지전적인 인물로 평가받
는 그는 지난 40여 년간 특유의 집념과 과감한 결단력으로 업계는 물론 지역사회의 발전도 이끌어왔다.

노 회장은 2001년부터 2006년까지 대구상공회의소 회장을 역임했다. 이후 2008년 지역 기업인으로는 최초
로 한국섬유산업연합회 회장을 맡았다. 2013년엔 산업훈장 최고 영예인 금탑산업훈장을 받기도 했다.

24일 경북 경산 삼일방직 본사에서 만난 노 회장은 여전히 산업 현장을 가까이 두며 살고 있는 기업인의 귀감
이었다. 근황에 대해 그는 "하루 2~3번씩 2만평 규모의 생산 현장을 둘러보는 게 일상"이라고 했다. 이하 일
문일답.

-넓은 공장 부지를 매일 돌아다니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닐 듯하다. 이유가 있나?

▶오래된 습관이다. 출근을 하는 아침부터 퇴근 전까지 2~3번은 공장을 구석구석 돌아다닌다. 한 번 도는 데 3
천500보 정도를 걷더라. 물론 운동 삼아 하는 일이지만 이렇게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공장의 상태를 점검하
게 된다. 이전까지 안 보이던 문제를 발견할 때도 있다. 우리 공장은 명절 연휴를 제외하고는 연중무휴 계속
가동되기 때문에 사소한 것이라도 허투루 넘겨선 안 된다. 모든 문제의 해답은 현장에 있다.

-해답이 현장에 있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현장의 의미는 다양하다. 생산뿐만 아니라 마케팅, 개발 등 모든 영역이 현장이다. 사무실에서만 구상한 사업
은 실패할 공산이 크다. 시장이 정말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모르기 때문이다. 시장 친화적인 상품을 만들려면
현장을 직접 뛰어다닐 수밖에 없다. 단순히 바이어의 요구사항에만 맞춰 제품을 만들라는 소리는 아니다. 자기
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품질과 납기, 가격 등을 맞추고 스스로 시장을 읽을 줄 아는 눈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
다. 이 감각을 예리하게 유지하려면 현장에 무게 중심을 둬야한다.

-삼일방직은 미국 현지 방적공장을 인수하기도 하는 등 파격적인 행보를 보여 왔다. 지역 섬유업계에선 보기
힘든 일인데.

▶지난 2017년 허만 뷸러사의 미국 공장을 인수했다. 2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스위스의 면방기업이다.
미국 관세의 벽을 낮추고 중남미와 유럽까지 시장을 확대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해 인수를 결정했
다. 이곳에 새로운 설비를 채워 넣는 등 투자를 계속 이어오고 있다. 내년쯤엔 안정화될 것으로 본다. 미국에
생산하기 유리한 섬유는 미국에 생산하고 한국이 유리한 것은 한국에서 생산한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국내
생산 1억3천만달러, 미국 생산 5천만달러가 목표다.

-자체 개발한 난연소재 섬유 브랜드인 '네번'에 대한 관심이 최근 커지고 있다.

▶네번은 400℃ 이상에서도 원래 상태를 유지하는 아라미드 섬유와 난연 소재 등을 활용해 산업·화재 현장 등
에서 인명을 예방할 수 있는 융복합 소재다. 개발 단계부터 치면 10년 이상의 시간을 들였다. 방호 수준의 네
번-D, 보호 수준의 네번-P, 안전 수준의 네번-S로 나뉘는데 안전도에 따라 제품군을 세분화한 것은 우리가 세
계 최초다. 네번의 난연 소재 보호복을 도입한다면 화재가 발생 시 현장 인원이 보다 적극적인 초동 조치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그 가치가 매우 크다. 최근 국내에서 발생한 대형 물류센터 화재와 내년 초 시행을 앞둔 중
대재해기업처벌법 등으로 안전과 관련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다만 실질적인 결과로 이어지려
면 국가적인 차원의 효율적 접근이 필요하다.

-효율적 접근이라면?

▶큰 재난이 생기면 당장은 모두가 난리법석이지만 금방 잊어버리고 다시 문제가 반복되는 경우가 많다. 최소
한 안전과 관련된 문제라면 정부가 직접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 예컨대 일본의 경우 산재 위험에 노출
된 프레스공에게 기업이 의무적으로 절단 보호용 장갑 등 안전장비를 지급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예산이 필요
한 일도 아닌데, 한국에는 아직 이런 시스템이 없다. 안전 분야는 민간의 자율에 맡기면 너무 오랜 시간이 걸
린다. 우리도 관련 장비를 보급할 수 있게 하는 제도화가 급선무라고 생각한다.

-국방부가 올해부터 전투복 국산화를 시범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국방섬유 분야에서 실력을 다져온 삼일방직
에 희소식인데.

▶국방섬유 국산화는 국내 섬유업계의 오랜 숙원이었다. 여태껏 군 전략물자인 국방섬유는 중국산 등 해외 원
단으로 충당해왔는데, 이는 안보상은 물론 내수 진작 차원에서도 잘못된 일이다. 이제 연간 6천300억원 규모
로 추산되는 국방섬유 시장이 국내 기업에 열리게 된 것이다. 미국이 국방 섬유에 관한 한 100% '메이드인
USA'를 고수하는 것처럼 한국도 국방섬유 100% 국산화를 통해 국내 섬유산업의 공동화를 방지하고 일자리
창출을 촉진시킬 수 있다. 현금 지원보다 지속가능한 시장이 더 중요한 이유다. 우리는 10여 년간 전투복 분야
에서 실력을 키워왔으며 세계 최초로 적외선 위장이 가능한 난연 소재 전투복 원단을 개발 중이며 완성단계에
있다.

-섬유산업의 전성기와 쇠퇴기를 현장에서 전부 경험했다. 무엇이 문제였나?

▶차별화 소재의 한계와 신제품 개발의 어려움이 가장 크다. 값싼 중국, 동남아 원사에 가격 경쟁력이 밀리는
가운데 혁신적인 설비도 부족한 상황이다. 모든 여건이 불리할 수밖에 없다. 노하우와 경험에 의존해 난관을
극복하는 시대는 지났다. 어렵지만 차별화와 첨단 설비로 승부해야만 한다.

-침체기를 벗어나기 위해 업계는 어떤 자구의 노력을 해야 하는가?

▶규모가 작은 기업은 작은 기업대로 큰 기업은 큰 기업대로 각 기업들이 갖고 있는 장점과 전문성을 한 곳에
모아 시장을 키우는 실질적인 협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중소기업들은 모든 분야에서 잘 하기 힘들기 때문에
각자의 전문성을 살려 차별점을 만들고 시너지 효과를 노려야 한다. 스트림 간의 유기적인 협력이 필요한 것이
다. 다만 협력 기업 중 하나라도 자격 미달이면 안 된다. 전체의 경쟁력을 무너트릴 수 있다.

-지역의 후배들이 섬유산업을 다시 부흥시키기 위해 애쓰고 있다. 조언이 있다면?

▶모두 어려운 시기를 극복한다고 고생이 많다. 후배들 중엔 2, 3세 경영인도 많은데 분명한 비전을 가져야 한
다고 말해주고 싶다. 어른들이 일궈놓은 기업을 제자리에 머무르게 해선 곤란하다. 이제 본인이 주도권을 쥐
고 현재와 미래를 어떻게 대응할 지에 대해 직접 결정해야 한다. 예컨대 신제품 개발에 대한 고민을 CEO가 아
닌 직원이 한다면, 그 회사는 뒤쳐질 수밖에 없다. 의사결정의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개발을 위한 개발이
될 가능성도 크다. 이 모든 게 기업의 비용을 비효율적으로 올리는 요인이다. 후배들이 시대를 잘 읽고 과감
한 결단을 내릴 수 있길 바란다. 작은 차이가 기업 전체를 바꾸기도 하는 법이다.

-삼일방직은 어떤 미래의 비전을 그리고 있나?

▶내 기업을 성실히 운영하는 것이 결국 전 세계인에게 기여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혁신 제품을 좋은 가
격에 공급하는 것이다. 그렇게 얻은 성과는 동료들과 나눠야 한다. 우리는 장학재단을 10년째 운영하면서 매
년 약 1억3천만원을 임직원 자녀와 지역 대학생, 지역 실업 고등학생, 그리고 환경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지원
하고 있다. 또 회사 이익금의 20%를 직원들에게 나누고 있다. 평생을 해온 일이니 마지막까지 오점을 남기
지 않는 게 개인적인 목표다.


신중언 기자 shyoung3@imaeil.com
  첨부파일 : 매일신문 회장님 인터뷰.jpg (232.3KB)  

  게시기간 : 2021-08-25 ~ 2026-12-31